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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하는 아들을 야단치는 대신,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하려면 말 한마디의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멘트 몇 줄이 아니라, 그 한마디 뒤에 숨은 동기 설계와 코칭 전략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실천 가능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요즘 초등·중등 남자아이의 일상에서 게임은 가장 강력한 즐거움의 원천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또 게임이야?”, “이제 좀 꺼라”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지만, 이런 잔소리는 대부분 갈등만 키우고 실제 행동 변화로는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이는 “공부하라는 소리는 듣기 싫고, 게임은 계속 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부딪히며 점점 대화를 피하게 됩니다. 이때 관점을 약간 바꾸어,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몰입’을 그대로 활용해 제작 동기로 전환할 수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핵심은 단순히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라”가 아니라, “그 게임을 네가 만들면 어떨까?”로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 한마디는 우연한 말이 아니라, 아이의 자율성과 호기심을 건드리도록 설계된 문장이어야 합니다. 아래에서 그 구조와 구체적인 코칭 전략을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잔소리 대신 바꾸는 한마디의 구조 이해하기
부모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은 “그만 해라”, “이제 끄고 공부 좀 해라” 같은 지시형 문장입니다. 이런 말은 아이의 행동을 즉시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내면의 동기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게임=빼앗기는 것, 어른=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인식만 강화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게임 진짜 잘하는구나. 이런 게임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지 않아?”처럼 질문형 한마디는 전혀 다른 효과를 냅니다. 첫 문장에서는 아이의 능력을 인정하고, 두 번째 문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플레이’에서 ‘제작’으로 옮기도록 유도합니다.
좋은 한마디는 보통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평가가 아닌 관찰입니다. “또 게임이야?”가 아니라 “오늘도 그 게임 하고 있네,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처럼 사실과 노력을 먼저 말해 줍니다. 둘째, 공감입니다. “그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아빠도 궁금해”처럼 아이의 즐거움을 최소한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 줍니다. 셋째, 초대형 질문입니다. “그럼 우리 이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같이 한번 살펴볼래?”처럼 선택권을 아이에게 넘기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안합니다. 이 세 가지를 한 문장이나 두세 문장 안에 담아내면, 한마디의 설득력은 훨씬 커집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움직이는 힘이 “명령”이 아니라 “초대”에서 나온다는 점을 부모가 먼저 이해하는 것입니다.
게임 몰입을 동기로 전환하는 질문형 한마디 설계
아이가 이미 게임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은 부모에게 불안이지만, 동기 설계 관점에서는 매우 유리한 출발점입니다. 아이가 열심히 하는 활동은 곧 감정과 관심이 깊게 연결된 영역이기 때문에, 그 방향만 살짝 바꾸면 강력한 학습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아이가 어떤 요소 때문에 그 게임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픽이 좋아서?”, “캐릭터가 멋져서?”, “아이템 모으는 맛이 좋아서?”처럼 세분화된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느끼던 재미의 요소를 언어로 정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게임 제작자의 첫 단계인 ‘분석하는 눈’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그다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핵심 한마디는 “지금 말해 준 그 재미 요소를, 네가 만든 게임에도 넣어 보면 어떨까?”입니다. 이 질문은 아이가 이미 말한 내용을 그대로 활용해 ‘소비자 시선’에서 ‘제작자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킵니다. 이어서 “완전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고, 이 게임에서 하나, 저 게임에서 하나씩 골라서 섞어 보는 거야”라고 덧붙이면, 부담을 줄이면서 창의적인 조합을 허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줍니다. 이 흐름 속에서 부모의 목표는 코딩을 당장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설계해 볼 수 있다”는 상상을 아이 머릿속에 심어 주는 것입니다. 질문형 한마디는 그 상상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한마디를 준비할 때에는 “게임을 비난하는 말”은 최대한 빼고, “너의 재미와 능력을 인정하면서 한 단계만 더 나아가 보자고 초대하는 말”인지 계속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마디 이후가 더 중요하다: 코칭과 환경 설계 전략
아이가 “만들어 보면 재밌을 것 같아”라고 반응하는 순간부터는 한마디의 역할이 끝나고, 코칭과 환경 설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입으로 한 기대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의 문턱을 최대한 낮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좋아, 그럼 다음 주에 코딩 학원 알아보자”라고 뒤로 미루기보다, “그럼 오늘 20분만 엔트리나 스크래치 열어서 비슷한 캐릭터 하나 만들어 볼까?”처럼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을 제안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행동의 단위가 작을수록 아이는 “지금 당장 해볼까?”라는 마음을 먹기 쉽고, 첫 경험에서 느낀 흥미가 다음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코칭 방식에서도 몇 가지 원칙을 세워 두면 좋습니다. 첫째, 부모가 먼저 결과물을 정해 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긴 점프 게임을 만들어 보자”가 아니라 “너라면 이 캐릭터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어?”라고 아이의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둘째, 기술 설명보다 질문을 우선합니다. 블록이나 기능을 바로 가르치기보다는 “이 캐릭터가 움직이려면 어떤 일이 먼저 일어나야 할까?”, “점수를 올리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까?”처럼 사고를 구조화하도록 돕습니다. 셋째, 완성도를 평가하기보다 시도와 수정 자체를 칭찬합니다. “여기 버그가 있네”보다는 “실행해 보니까 이런 점이 아쉽다는 걸 스스로 찾았구나, 그게 진짜 개발자의 눈이야”처럼 피드백을 전한다면,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시도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마디는 시작일 뿐이고, 그 이후의 반복적인 코칭과 환경이 아이를 진짜 제작자로 성장시키는 토대가 됩니다.
단계별 실천 로드맵: 소비자에서 제작자로 옮겨가는 과정
게임만 하던 아이를 제작자로 전환하는 과정은 한 번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여러 주에 걸친 작은 단계들의 합입니다. 1단계에서는 “게임 설명자”가 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좋아하는 게임 하나를 골라, 규칙·목표·재미 요소를 부모에게 설명하게 합니다. 이때 부모는 “그럼 이 게임에서 없어지면 재미없어질 요소 하나만 골라볼래?”처럼 핵심 요소를 찾는 질문을 던집니다. 2단계에서는 “기획자” 역할을 경험하게 합니다. 아이가 설명한 요소를 바탕으로 “만약 네가 이 게임을 조금 바꾼다면 어디를 바꾸고 싶어?”를 묻고, 종이에 간단한 스케치나 글로 적어 보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게임 디자인 문서’의 기초가 만들어집니다.
3단계에서는 블록 코딩 도구를 활용해 실제로 가장 작은 단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봅니다. 캐릭터 하나, 점프 동작 하나, 점수 하나만 구현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만든 이 동작이, 네가 말했던 재미 요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계속 연결해 주는 것입니다. 4단계에서는 완성된 결과물의 규모와 상관없이, 반드시 ‘발표’의 순간을 마련합니다. 가족 앞에서 게임을 보여 주며 규칙과 만든 이유를 설명하게 하면, 아이는 자신이 소비자가 아니라 제작자라는 정체성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전체 과정을 1~2개월 정도의 느슨한 프로젝트로 운영하면서, 매 단계마다 “이번 주에 우리가 한 일은 소비자에서 제작자로 한 칸 옮겨온 거야”라고 언어로 확인해 주면 좋습니다. 이렇게 단계별로 진행하면, 아이는 게임 시간을 단순한 소비가 아닌 “만드는 시간”으로 점점 인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른 게임을 할 때도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제작자의 눈으로 보게 됩니다.
결론: 요약 및 정리
게임만 하는 아들을 바꾸는 열쇠는 “그만해라”가 아니라 “한번 만들어 볼래?”라는 방향의 한마디입니다. 그러나 이 한마디는 우연한 말이 아니라, 관찰·공감·초대를 담은 구조적인 문장일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게임 몰입을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재미 요소를 함께 분석하며 제작자로의 상상을 열어 줄 때, 게임은 시간이 낭비되는 활동이 아니라 학습 동력으로 바뀝니다. 중요한 것은 한마디 이후의 코칭과 환경 설계입니다.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고, 완성도보다 시도와 수정 자체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면,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제작자 마인드를 갖게 됩니다. 단계별 로드맵을 통해 소비자→설명자→기획자→제작자 순서로 경험을 쌓게 하면, 코딩 실력이 아직 부족하더라도 “나는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이 형성됩니다. 결국 게임을 좋아하는 아들을 바꾸는 것은 화려한 강연이나 비싼 학원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건네는 한마디와 그 말을 끝까지 책임지는 부모의 코칭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