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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가 약속한 개인화 학습이 왜 교실에서는 잘 구현되지 않았는지, 교사 관점에서 정책·인프라·평가 구조의 한계를 정리하고 수업 설계에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과 대응 전략을 설명합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 학습 경로를 제안하고, 교사는 화면의 대시보드에서 진도를 확인하며 수업을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일부 학년과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과 교사의 업무 경감이라는 효과를 강조해 왔습니다. 실제로 정책 문서와 홍보 자료에는 인공지능이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문제와 설명을 제공하고, 교사는 보다 고차원적인 피드백과 상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그림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의 감사와 현장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것처럼, 학교에서의 활용률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고, 많은 교사들이 개인화 기능을 '있지만 쓰기 어려운 옵션'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업 시간 안에 25명에서 30명 이상의 학생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제안하는 개별 경로를 모두 따라가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입니다. 단순히 교사의 디지털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개인화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여러 층위에서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교사 입장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개인화 기능이 왜 수업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지 못했는지, 정책 설계, 인프라, 평가와 책무성 구조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 ‘개인화’가 약속한 것과 교사가 기대한 것
정책과 홍보에서 말하는 AI 디지털교과서의 개인화는 주로 학습 데이터 기반 난이도 조절과 맞춤형 추천을 의미합니다. 학생이 문제를 풀거나 콘텐츠를 시청한 기록이 쌓이면, 시스템이 정답률과 반응 시간을 분석해 수준을 추정하고, 그에 맞는 다음 활동을 자동으로 배치하는 식입니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는 이를 통해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실현하고, 중하위권 학생에게는 기초 보정, 상위권 학생에게는 도전 과제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왔습니다. 동시에 교사에게는 학급 전체의 학습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가 제공되고, 이를 토대로 소그룹 구성이나 개별 피드백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덧붙습니다. 현장 교사들도 이러한 방향성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에서 항상 고민하는 것이 '수준 차이'와 '집중력 유지'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문제를 새로 만드는 반복 작업을 도구가 도와준다면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교사들이 실제로 기대한 개인화는 단순히 문제의 난이도만 조절되는 형태가 아니라, 국가 교육과정과 학교의 연간 운영계획 속에서 수업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학생별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에 더 가까웠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단원을 공부하더라도, 어떤 학생에게는 동영상과 시뮬레이션 중심 활동을, 다른 학생에게는 읽기와 토론 중심 활동을 배치하는 식의 '질적 개인화'를 떠올린 교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 AI 디지털교과서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개인화는 수준별 문제 추천과 진도 관리에 상대적으로 치우쳐 있어, 교사가 기대한 수업 구성 차원의 유연성과는 간극이 존재합니다. 이 간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화 기능을 도입하다 보니, 교사 입장에서는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수업 전체를 맡길 수는 없는 기능'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인프라·시간: 개인화 알고리즘이 교실에 내려오지 못한 이유
AI 디지털교과서의 개인화는 결국 충분한 학습 데이터와 안정적인 인프라, 그리고 그 데이터를 해석할 교사의 시간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현실의 교실에서는 이 세 가지 전제가 동시에 충족되기 어렵습니다. 우선 데이터 측면에서 보면, 개인화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학생이 꾸준히 시스템을 사용하며 문제 풀이, 콘텐츠 시청, 메모 등의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수업 시간은 40분 안팎이고, 교사는 설명·질문·활동 안내·정리까지 모두 진행해야 하므로 학생들이 온전히 기기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이 때문에 알고리즘이 학습 수준을 추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거나, 단기간에 생성된 일부 기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인프라의 제약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학교마다 무선망 품질이나 단말기 성능, 예비 기기 보유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에 접속이 지연되거나 시스템이 멈추는 상황이 반복되면 교사는 수업 계획 전체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이런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면, 교사는 중요한 수업 목표를 AI 디지털교과서에 맡기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종이 자료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보수적인 설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시간과 인지적 여유가 부족한 것이 큰 장애 요인입니다. 개인화 대시보드에는 학생별 진도, 정답률, 추천 활동이 한꺼번에 표시되지만, 한 시간 안에 30명 가까운 데이터를 해석해 즉각적인 교수 전략으로 바꾸는 일은 인간에게 매우 높은 부담을 줍니다.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개인화는 화면 속 숫자와 그래프로 남고, 수업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개인화는 여전히 교사가 눈으로 살피며 이루어지는 '즉석 조정'에 의존하게 됩니다.
평가·책무성·관계의 구조: 교사가 ‘개인화’를 망설이는 맥락
AI 디지털교과서 개인화가 어려운 또 다른 축은 제도와 관계의 구조입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여전히 국가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 학기별 평가 계획에 따라 비교적 촘촘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급별 진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고, 성취도 평가와 각종 시험 결과는 교사와 학교의 책무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별 학생의 속도와 난이도에 맞춰 진도를 조정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는 타당하더라도, 교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디지털교과서가 특정 학생에게는 기초 보강을, 다른 학생에게는 선행 수준의 활동을 권장하더라도, 학년말 지필평가는 동일한 범위와 난이도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만약 일부 학생이 권장 활동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거나, AI의 진단 오류로 인해 적절한 수준의 학습을 제공받지 못한다면 책임은 결국 교사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AI가 제시하는 경로와 피드백의 근거가 충분히 투명하게 제시되지 않을 경우, 학부모와의 상담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시스템이 그렇게 추천했다'는 말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학부모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설명하기 힘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한 수준의 개인화를 시도하기보다는, 교과서와 공동평가 범위에 맞춘 비교적 균질한 수업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러한 제도적·관계적 맥락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교사에게 개인화 기능은 혁신이라기보다 '추가적인 책임과 불확실성을 동반하는 실험'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결론: 요약 및 정리
AI 디지털교과서 개인화가 수업에서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기술의 미성숙이나 교사의 디지털 역량 부족 때문만은 아닙니다. 정책 단계에서 약속한 개인화의 그림과 교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수업 단위의 개인화 사이에 간극이 있었고, 데이터·인프라·시간이라는 현실 조건이 알고리즘이 설계한 경로를 교실로 내려보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국가 교육과정과 평가 체제, 학부모와의 관계, 책임 소재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많은 교사에게 개인화 기능은 '있어도 수업의 중심에 두기 어려운 선택지'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교실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화를 '모든 것을 AI가 대신해 주는 자동화'가 아니라, 교사가 수업 중에 활용할 수 있는 보조 도구로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진단 평가와 기초 보정, 소그룹 구성, 형성 평가 피드백과 같이 비교적 범위가 명확한 영역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고, 그 외의 부분은 여전히 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관계 형성을 중심에 두는 방식입니다. 동시에 제도 차원에서는 수업 시수와 평가 방식, 교사 연수와 지원 체계를 개인화 수업에 맞게 재구성해야 합니다. 교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화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가 아니라, 제한된 조건 속에서 학생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도구를 어떻게 선택하고 설계했는지에 대한 전문적 판단입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이러한 판단을 돕는 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 열쇠로 기대하는 순간,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만 남게 된다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